2016년 9월 23일 금요일

붉은 노을 속에

입술을 깨물며 저 붉은 노을 속에 자신을 묻어가고 있었다. "가엾으신 분…" 산의 중턱에 있는 기슭의 노송(老松)을 잡은 채 서 있는 마의노인(麻衣老人)이 있었다. 수더분한 마의에 산촌(山村)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주름이 뒤덮여 있는 평범한 촌로(村老)였다. 그의 시선은 정봉(頂峯)에 우뚝 서 있는 철혈전후에게로 닿아 있었다. "하늘 아래 가장 위대한 철혈전신맥을 이으셨으나 그 막중한 임무에 여인의 길까지 포기해 버리신 분이시다." 주르르… 안타까움의 빛을 흘리는 노인의 주름진 눈가로 눈물마저 흐르고 있었다. 문득, 그는 손 안에 쥔 약바구니를 움켜 쥐었다. "노부 천약종(天藥宗)은 목숨을 바쳐서라도 저 분을 모시고 뜻을 이루리라